‘다운 건수’ 따라 교사에 인센티브?… 교육부의 이상한 정책

제주 4.3을 기리기 위해, 지난 4월 2일 제주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있었다. 이 회의에 특별한 보고를 위해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참석해 ‘자율적 수업 혁신 지원방안’에 대해 보고의 시간을 가졌다. 보고 내용 중 다수의 교육감이 문제의식을 갖고 발언하는

제주 4.3을 기리기 위해, 지난 4월 2일 제주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있었다. 이 회의에 특별한 보고를 위해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참석해 ‘자율적 수업 혁신 지원방안’에 대해 보고의 시간을 가졌다. 보고 내용 중 다수의 교육감이 문제의식을 갖고 발언하는 대목이 있었다.
큰사진보기 ▲ 교육부 자율적 수업혁신 지원방안 2024.03.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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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학기가 시작한 3월 중순에 각 시도교육청으로 일명 ‘자율적 수업 혁신 지원방안’을 하달했다.

그 내용 중 ‘수업 사이트에 자료를 올리고, 내려받기 횟수가 많은 교사에게 최고 500만 원까지 복지비를 제공하겠다’는 내용과 ‘등급을 평가해, 골드에서 브론즈까지 메달을 제공하고 전국에서 100인의 교사를 선발해 해외연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올해의 스승상 상금 2000만 원, 대한민국 스승상 훈포장과 상금 1000만 원, 2000만 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라는 부분이 있었다.어느 정책보다도 ‘현금성 인센티브’의 성격이 매우 선명했다.

“교사의 자율적 역량 훼손, 생각해봤나”… 현장서 터진 교육감들의 비판
큰사진보기 ▲ 교육부 자율적 수업혁신 지원방안 내용 중 6쪽.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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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발제가 끝나고 교육감들의 문제의식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발언 취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수업은 대한민국 40만 교사들의 생명이자 자존심이다. 그래서 우리 교육감들도 선생님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함께 자율적 공동체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금 교육부에서는 돈으로 선생님들의 자존감과 양심을 사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현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교육감들과 상의 한마디 않고, 학기가 시작된 중간에 덜컥 내려보낼 수 있는가. 나름대로 각 시도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정책들과 충돌하는 것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교육부가 할 일과 교육청에서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는 처음 계획했던 수업연구 법제화 같은 큰 틀을 제시하고, 각론에 해당하는 실무정책은 교육청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 소위 현금성 보상 정책이 그동안 자율적 역량을 어떻게 훼손할지 생각해봤는가?”

“각 지역별로 하고 있는 사업이 교육부가 종합해서 자꾸 학교 교실 단위까지 표준화하려고 하면 무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취지는 좋지만, 너무 일부의 얘기만 반영해서 정책을 구성하면 안 된다. 그것도 학기중에 교육과정에 절대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내려보내면 안 된다.”

“평가 방법의 개선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은 무관심하고, 다른 접근은 결과적으로 겉핥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7개 교육청의 우수 사례 등을 공유한, 디지털플랫폼 등의 취지는 좋지만, 경제 보상으로 풀려고 하면 그동안 교사 연구 공동체에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현금성 인센티브? 과열 경쟁 부추기는 교육부
큰사진보기 ▲ 교육부 자율적 수업혁신 지원방안 내용 7쪽.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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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서이초에 놀란 가슴, 늘봄학교에 기절하고, 수업 정책에서 막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젊은 교사들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저항이 일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를 일방적으로 억압하려다 실패하고 ‘그냥 없던 일’로 치부해버렸다. 놀란 교육당국이늘봄학교 정책을 펼 때는 현장 반발만 고려해 ‘교사와 교감에게 절대 일을 맡기지 않겠다’는 단선적인 주장과 정책 성과 홍보 행위만 했다.

이후 학교 행정의 종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1~2년 한시적인 ‘임기제 연구사’ 같은, 교육현장 혼란 직종을 2500명이나 신설하려고 한다. <에듀프레스>의 지난 23일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늘봄학교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늘봄지원실장에 임기제 연구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현장 상황이 이런데, 교육부는 수업 정책 분야에서 ‘500만 원’ 같은 현금성 인센티브(맞춤형복지비)를 통해 교사들의 ‘이익 동기’를 자극해 수업 혁신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는 극단적 경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교사들의 전문성·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체계적 연수와 수업 연구공동체 지원을 통해 추진됐던 ‘수업 혁신 정책’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일 교육감들은 이 계획의 현장 배포를 멈추고, 현재 추진 중인 각 지역의 정책을 고려하고, 여론을 수렴해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 교육부를 보면, 바늘허리에 실을 묶고 옷을 꿰매면서, ‘잘 될 거야,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태도가 보인다 우려스럽다.